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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한인 가톨릭 사제 성추행 의혹 사건은 비록 과거와 달리 미성년 아동이 연루되어 있지는 않다. 하지만, 엄격한 도덕성과 절제된 금욕생활이 요구되는 성직자들 사이에서 금기시되는 성적일탈 행위가 얼마나 만연해 있는 지 의혹의 시선을 당분간 거두기는 힘들게 됐다. 지난 2002년 보스턴 교구 사건 이후 가톨릭 교계는 과연 얼마나 달라졌을까.
■미국서만 성추행 사제 6,721명, 피해아동 1만 8,565명
가톨릭 사제의 성추행이 처음 공개적으로 불거졌던 것은 지난 1985년 루이지애나의 길버드 고드 신부 스캔들이었다. 고드 신부는 당시 자신이 1974년부터 1983년까지 아동 수백여명에 대한 성추행 사실을 인정하고 20년형 선고받아 파문을 일으켰다. 하지만, 이 스캔들은 일회성 사건으로 치부됐다.
그러다 가톨릭 사제들의 성추행 비리가 사회 문제로 대두된 것은 2002년 보스턴 대교구의 존 지오간 신부 스캔들이 계기가 됐다. 10살짜리 어린 아동을 성추행한 혐의로 10년형을 선고받는 과정에서 30년간 130여명의 아동을 성추행했던 과거가 드러났고, 그때마다 교구측이 이를 무마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엄청난 파장이 일었다. 그러자. 미 전역 곳곳에서 봇물 터지듯 사제들의 성추행 피해가 폭로가 잇따랐고, 세계 곳곳에서 유사한 문제들이 터져 나왔다.
로마 교황청까지 뒤흔든 사제 스캔들 이후 미국 가톨릭 교계는 사제 성추행 문제 전반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에 착수했고, 매년 사제 성추행 문제를 있는 그대로 밝히는 연례 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
미국 가톨릭주교회의(USCCB)가 지난 5월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사제들의 성추행이 뿌리 깊은 은밀한 관행처럼 만연해있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지난 5월 30일 USCCB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950년부터 2016년 5월 30일까지 성추행 혐의가 분명한 것으로 판명된 미국 가톨릭 사제만 6,721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이 기간 미국 가톨릭 교계에서 일한 전체 사제 11만 6,690명의 5.8%에 해당한다. 미국 가톨릭 사제 100명 중 적어도 6명이 뚜렷한 성추행 사건에 연루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로인한 피해자는 무려 1만 8,565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 “피해자 10만명 넘는다”주장도
하지만, 7,000여명에 가까운 성추행 사제 숫자는 단지 ‘아동 성추행’에 국한된 것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오렌지카운티 한인 가톨릭 사제 사건에서 보듯이 ‘아동 성추행’은 아니나 성인 여신도나 수녀 등과 연루된 성추행 혐의 사제를 포함하면 성적일탈이나 성추행 비리에 연루된 사제 숫자는 이보다 몇 배는 더 많을 수 있고, 피해자 숫자도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
아동성추행 스캔들이 터지기 훨씬 전인 지난 1993년 앤드류 그릴리 신부는 성추행 사제가 미국에만 2,500여명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USCCB의 2017년 보고서와 비교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숫자지만 그릴리 신부는 사제들에게 성추행 피해를 당한 아동이 족히 10만명을 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성추행 사제 데이터베이스 등장
미국 가톨릭 교계에 사제들의 만연한 성추행이 현실로 드러나자 교계 일각에서는 성추행 사제들의 신상과 혐의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데이터베이스까지 등장했다.
‘비샵어카운터빌리티’란 한 교계 단체는 아동성추행으로 처벌을 받았거나 성추행 사실이 확정된 사제들의 명단을 정리해 ‘성추행 사제 데이터베이스’(Database of Accused Priests)를 공개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 데이터베이스에는 사제 3,774명, 주교 27명, 부제 59명, 신학대학생 23명의 명단이 올라있다.
하지만, 여기에 올라있는 사제 3,774명은 USCCB가 집계한 성추행 사제 6,721명의 약 60% 정도에 불과하며, 나머지 약 42%의 성추행 사제들의 신상은 여전히 공개되지 않고 있다.
■ 성추행 의심 사례 증가추세
가톨릭 성직자들의 아동성추행 문제는 유엔에서까지 문제가 돼 가톨릭 사제들의 아동성추행 청문회가 유엔에서 열렸고, 바티칸도 교회의 근간을 흔드는 심각한 문제로 여기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호르헤 말오 베르코글리오 추기경 시절이던 지난 2009년 “사제들의 아동성추행 문제에 예전에도 엄격했지만 더욱 엄정하게 대처할 것”이라며 단호한 의지를 밝혔고, 베네틱토 16세 교황도 배신감과 수치심을 느낀다며 교회의 수치라고 선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USCCB가 올해 발표한 ‘2016년 연례보고서’를 보면, 사제들의 성적일탈은 줄기는커녕 오히려 크게 증가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사제들의 성추행 의혹 사례는 657건이었으나 2015년 903건으로 50% 가깝게 증가했고, 2016년에는 1,318건으로 치솟았다. 2년 새 100%가 넘는 폭증세를 보인 것이다. 피해자수도 2014년 620명에서 2016년 1,232으로 100%나 늘었다.
■바티칸 서열 3위 추기경도 의혹
가톨릭 사제들의 성추행 연루사례가 오히려 증가하고 있는 와중에 현 프란치스코 교황의 최측근 인사의 성추행 연루 의혹은 교계를 발칵 뒤집어 놓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최측근인 조지 펠(76) 추기경이 아동성범죄 혐의로 기소돼 지난 26일 모국인 호주 법정에 섰다. 펠 추기경은 교황청 재무원장으로 가톨릭 교회 서열 3위의 최고위급 인사다. 가톨릭 사제들의 성범죄 문제는 지속적으로 가시화가 되었고 몇몇 사제들이 기소되기도 했지만 펠 추기경처럼 바티칸 최고위직 사제가 성범죄로 기소된 건 처음이다.
그는 지난 2012년 오스트레일리아 연방정부의 독립조사기관인 왕립위원회가 가톨릭 교계 아동 성학대 조사를 시작하자 “가톨릭 교회 내에서 이런 일이 발생한 데 대해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사과한 바 있다. 펠 추기경은 자신의 혐의를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흔들리는 ‘사제독신제’
성직자들의 성추행 문제로 가톨릭 교회가 위기를 겪자 ‘사제독신제’가 한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가톨릭뉴스는 ‘정상적인 결혼이나 애정관계가 가로막혀 있는 상태에서 사제들이 다른 출구를 찾아왔으며, 그 출구가 비정상적인 ‘아동성추행’이나 성적일탈 행위로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하지만, 가톨릭뉴스 매체에 따르면, 그레고리안 교황청대학교의 취세페 베르살디 주교는 “성직자 독신주의와 성추문 사이에는 관계가 없다는 것이 정설”이며 “미성년자 성적 학대는 독신 성직자보다는 세속의 일반인과 기혼자 사이에서 더 만연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제독신제’ 폐지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집 없는 자들의 대부’로 알려진 프랑스의 아베 피에르 신부는 자신의 한 저서에서 “독신서약에도 불구하고 성적 욕망을 완전히 억누를 수 없었다. 나는 가끔 성적 욕망에 굴복하기도 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또, 피에르 신부는 “내연의 아내를 두고 있는 사제들을 알고 있다. 이제 교회도 결혼한 사제와 독신 사제 모두를 필요로 한다”며 “독신서약은 신학적이기보다 사회학적인 것”이라고 밝혀 ‘사제독신제’가 절대적인 것이 아니며 폐지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 “독신서약, 성행위 금지 아냐”
‘사제독신제’가 아동성추행의 직접적인 이유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이로인한 부작용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피에르 신부의 고백처럼 그 이면에는 숨겨진 진실이 숱하게 존재하기 때문이다.
가톨릭 성직자들의 성적일탈 문제를 조사한 1995년 오도노휴 보고서는 “성직자의 독신은 결혼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지 성행위를 하지 않는다거나 아이가 없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20년 넘게 공개적으로 한 여성과 애정관계를 유지하다 결국 사제직에서 쫒겨났던 레옹 라클라우 신부의 사례도 이와 유사하다. 라클라우 신부는 “독신 금욕주의를 폐기하는 게 유일한 해결책은 아니지만 교회를 더 인간적으로 만들 수 있다”며 독신주의 폐지를 주장했다.
■“가톨릭만의 문제 아니다”
성직자들의 성적일탈이 ‘사제독신주의’를 철칙으로 지키고 있는 가톨릭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주장도 설득력이 있다.
가톨릭과 달리 목사들의 결혼을 오히려 권장하는 분위기가 강한 개신교계의 사정을 들여다보면 수긍이 간다. 결혼한 개신교 목사들이 저지르는 불륜, 간통, 신도 성폭행 사건도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특히, 종교적 권위와 함께 세속적 권력까지 집중되는 일부 대형교회 목회자들 중에 이같은 비리 의혹을 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한국 개신교 신자들이 연말에 선정한 10대 뉴스 중에 6개가 대형교회 목사들의 불륜 사례였던 적도 있었다. 당시 불륜 목사로 지목됐던 6명은 모두 한국 개신교를 대표하는 원로급 인사들이어서 충격을 주기도 했다.
■ “성직자 본연의 자세 되찾아야”
가톨릭과 개신교 성직자들 모두가 사제 서품을 받을 당시 또는 목사 안수를 받을 당시의 초심, ‘성직자 본연의 자세’를 되찾아야 추악하고 수치스러운 성추행 불명예에서 벗어날 수 있다. 바로 평신도들의 지적이다.
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평신도들에 눈에 성직자들은 정신적인 스승이나 사목자로 보기 보다는 ‘독불장군’이나 ‘행정가’로 비치는 경우가 많다. 성직자들이 본연의 사제직을 소홀히 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이 조사에서는 성직자들이 ‘청빈생활을 소홀히 한다’거나 ‘소외계층에 관심이 적다’, ‘물질생활은 상류’라고 지적하는 평신도들도 적지 않았다.
성직자가 ‘본연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독불장군’식으로 전횡을 일삼거나 이를 이용해 물질이나 성적 욕망을 채우려드는 ‘탐욕’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상목 기자>
오늘 하루도 힘차고 멋진 승리 하는 삶이 되시길...
사제 성추행 스캔들? 이젠 아무도 놀라지 않는다
2017.07.30 10:39
한인 성당 여직원의 법정 소송제기로 불거진 한인 가톨릭 사제의 성추행 의혹 사건(본보 7월 21일자 보도)이 신자와 한인 커뮤니티는 물론 주류 사회에도 적잖은 충격을 주고 있다. 과거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뒤흔들었던 가톨릭 성직자들의 충격적인 아동 성추행 스캔들의 아픈 기억을 떠올리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한인 가톨릭 사제 성추행 의혹 사건은 비록 과거와 달리 미성년 아동이 연루되어 있지는 않다. 하지만, 엄격한 도덕성과 절제된 금욕생활이 요구되는 성직자들 사이에서 금기시되는 성적일탈 행위가 얼마나 만연해 있는 지 의혹의 시선을 당분간 거두기는 힘들게 됐다. 지난 2002년 보스턴 교구 사건 이후 가톨릭 교계는 과연 얼마나 달라졌을까.
■미국서만 성추행 사제 6,721명, 피해아동 1만 8,565명
가톨릭 사제의 성추행이 처음 공개적으로 불거졌던 것은 지난 1985년 루이지애나의 길버드 고드 신부 스캔들이었다. 고드 신부는 당시 자신이 1974년부터 1983년까지 아동 수백여명에 대한 성추행 사실을 인정하고 20년형 선고받아 파문을 일으켰다. 하지만, 이 스캔들은 일회성 사건으로 치부됐다.
그러다 가톨릭 사제들의 성추행 비리가 사회 문제로 대두된 것은 2002년 보스턴 대교구의 존 지오간 신부 스캔들이 계기가 됐다. 10살짜리 어린 아동을 성추행한 혐의로 10년형을 선고받는 과정에서 30년간 130여명의 아동을 성추행했던 과거가 드러났고, 그때마다 교구측이 이를 무마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엄청난 파장이 일었다. 그러자. 미 전역 곳곳에서 봇물 터지듯 사제들의 성추행 피해가 폭로가 잇따랐고, 세계 곳곳에서 유사한 문제들이 터져 나왔다.
로마 교황청까지 뒤흔든 사제 스캔들 이후 미국 가톨릭 교계는 사제 성추행 문제 전반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에 착수했고, 매년 사제 성추행 문제를 있는 그대로 밝히는 연례 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
미국 가톨릭주교회의(USCCB)가 지난 5월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사제들의 성추행이 뿌리 깊은 은밀한 관행처럼 만연해있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지난 5월 30일 USCCB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950년부터 2016년 5월 30일까지 성추행 혐의가 분명한 것으로 판명된 미국 가톨릭 사제만 6,721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이 기간 미국 가톨릭 교계에서 일한 전체 사제 11만 6,690명의 5.8%에 해당한다. 미국 가톨릭 사제 100명 중 적어도 6명이 뚜렷한 성추행 사건에 연루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로인한 피해자는 무려 1만 8,565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 “피해자 10만명 넘는다”주장도
하지만, 7,000여명에 가까운 성추행 사제 숫자는 단지 ‘아동 성추행’에 국한된 것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오렌지카운티 한인 가톨릭 사제 사건에서 보듯이 ‘아동 성추행’은 아니나 성인 여신도나 수녀 등과 연루된 성추행 혐의 사제를 포함하면 성적일탈이나 성추행 비리에 연루된 사제 숫자는 이보다 몇 배는 더 많을 수 있고, 피해자 숫자도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
아동성추행 스캔들이 터지기 훨씬 전인 지난 1993년 앤드류 그릴리 신부는 성추행 사제가 미국에만 2,500여명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USCCB의 2017년 보고서와 비교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숫자지만 그릴리 신부는 사제들에게 성추행 피해를 당한 아동이 족히 10만명을 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성추행 사제 데이터베이스 등장
미국 가톨릭 교계에 사제들의 만연한 성추행이 현실로 드러나자 교계 일각에서는 성추행 사제들의 신상과 혐의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데이터베이스까지 등장했다.
‘비샵어카운터빌리티’란 한 교계 단체는 아동성추행으로 처벌을 받았거나 성추행 사실이 확정된 사제들의 명단을 정리해 ‘성추행 사제 데이터베이스’(Database of Accused Priests)를 공개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 데이터베이스에는 사제 3,774명, 주교 27명, 부제 59명, 신학대학생 23명의 명단이 올라있다.
하지만, 여기에 올라있는 사제 3,774명은 USCCB가 집계한 성추행 사제 6,721명의 약 60% 정도에 불과하며, 나머지 약 42%의 성추행 사제들의 신상은 여전히 공개되지 않고 있다.
■ 성추행 의심 사례 증가추세
가톨릭 성직자들의 아동성추행 문제는 유엔에서까지 문제가 돼 가톨릭 사제들의 아동성추행 청문회가 유엔에서 열렸고, 바티칸도 교회의 근간을 흔드는 심각한 문제로 여기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호르헤 말오 베르코글리오 추기경 시절이던 지난 2009년 “사제들의 아동성추행 문제에 예전에도 엄격했지만 더욱 엄정하게 대처할 것”이라며 단호한 의지를 밝혔고, 베네틱토 16세 교황도 배신감과 수치심을 느낀다며 교회의 수치라고 선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USCCB가 올해 발표한 ‘2016년 연례보고서’를 보면, 사제들의 성적일탈은 줄기는커녕 오히려 크게 증가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사제들의 성추행 의혹 사례는 657건이었으나 2015년 903건으로 50% 가깝게 증가했고, 2016년에는 1,318건으로 치솟았다. 2년 새 100%가 넘는 폭증세를 보인 것이다. 피해자수도 2014년 620명에서 2016년 1,232으로 100%나 늘었다.
■바티칸 서열 3위 추기경도 의혹
가톨릭 사제들의 성추행 연루사례가 오히려 증가하고 있는 와중에 현 프란치스코 교황의 최측근 인사의 성추행 연루 의혹은 교계를 발칵 뒤집어 놓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최측근인 조지 펠(76) 추기경이 아동성범죄 혐의로 기소돼 지난 26일 모국인 호주 법정에 섰다. 펠 추기경은 교황청 재무원장으로 가톨릭 교회 서열 3위의 최고위급 인사다. 가톨릭 사제들의 성범죄 문제는 지속적으로 가시화가 되었고 몇몇 사제들이 기소되기도 했지만 펠 추기경처럼 바티칸 최고위직 사제가 성범죄로 기소된 건 처음이다.
그는 지난 2012년 오스트레일리아 연방정부의 독립조사기관인 왕립위원회가 가톨릭 교계 아동 성학대 조사를 시작하자 “가톨릭 교회 내에서 이런 일이 발생한 데 대해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사과한 바 있다. 펠 추기경은 자신의 혐의를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흔들리는 ‘사제독신제’
성직자들의 성추행 문제로 가톨릭 교회가 위기를 겪자 ‘사제독신제’가 한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가톨릭뉴스는 ‘정상적인 결혼이나 애정관계가 가로막혀 있는 상태에서 사제들이 다른 출구를 찾아왔으며, 그 출구가 비정상적인 ‘아동성추행’이나 성적일탈 행위로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하지만, 가톨릭뉴스 매체에 따르면, 그레고리안 교황청대학교의 취세페 베르살디 주교는 “성직자 독신주의와 성추문 사이에는 관계가 없다는 것이 정설”이며 “미성년자 성적 학대는 독신 성직자보다는 세속의 일반인과 기혼자 사이에서 더 만연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제독신제’ 폐지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집 없는 자들의 대부’로 알려진 프랑스의 아베 피에르 신부는 자신의 한 저서에서 “독신서약에도 불구하고 성적 욕망을 완전히 억누를 수 없었다. 나는 가끔 성적 욕망에 굴복하기도 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또, 피에르 신부는 “내연의 아내를 두고 있는 사제들을 알고 있다. 이제 교회도 결혼한 사제와 독신 사제 모두를 필요로 한다”며 “독신서약은 신학적이기보다 사회학적인 것”이라고 밝혀 ‘사제독신제’가 절대적인 것이 아니며 폐지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 “독신서약, 성행위 금지 아냐”
‘사제독신제’가 아동성추행의 직접적인 이유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이로인한 부작용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피에르 신부의 고백처럼 그 이면에는 숨겨진 진실이 숱하게 존재하기 때문이다.
가톨릭 성직자들의 성적일탈 문제를 조사한 1995년 오도노휴 보고서는 “성직자의 독신은 결혼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지 성행위를 하지 않는다거나 아이가 없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20년 넘게 공개적으로 한 여성과 애정관계를 유지하다 결국 사제직에서 쫒겨났던 레옹 라클라우 신부의 사례도 이와 유사하다. 라클라우 신부는 “독신 금욕주의를 폐기하는 게 유일한 해결책은 아니지만 교회를 더 인간적으로 만들 수 있다”며 독신주의 폐지를 주장했다.
■“가톨릭만의 문제 아니다”
성직자들의 성적일탈이 ‘사제독신주의’를 철칙으로 지키고 있는 가톨릭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주장도 설득력이 있다.
가톨릭과 달리 목사들의 결혼을 오히려 권장하는 분위기가 강한 개신교계의 사정을 들여다보면 수긍이 간다. 결혼한 개신교 목사들이 저지르는 불륜, 간통, 신도 성폭행 사건도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특히, 종교적 권위와 함께 세속적 권력까지 집중되는 일부 대형교회 목회자들 중에 이같은 비리 의혹을 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한국 개신교 신자들이 연말에 선정한 10대 뉴스 중에 6개가 대형교회 목사들의 불륜 사례였던 적도 있었다. 당시 불륜 목사로 지목됐던 6명은 모두 한국 개신교를 대표하는 원로급 인사들이어서 충격을 주기도 했다.
■ “성직자 본연의 자세 되찾아야”
가톨릭과 개신교 성직자들 모두가 사제 서품을 받을 당시 또는 목사 안수를 받을 당시의 초심, ‘성직자 본연의 자세’를 되찾아야 추악하고 수치스러운 성추행 불명예에서 벗어날 수 있다. 바로 평신도들의 지적이다.
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평신도들에 눈에 성직자들은 정신적인 스승이나 사목자로 보기 보다는 ‘독불장군’이나 ‘행정가’로 비치는 경우가 많다. 성직자들이 본연의 사제직을 소홀히 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이 조사에서는 성직자들이 ‘청빈생활을 소홀히 한다’거나 ‘소외계층에 관심이 적다’, ‘물질생활은 상류’라고 지적하는 평신도들도 적지 않았다.
성직자가 ‘본연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독불장군’식으로 전횡을 일삼거나 이를 이용해 물질이나 성적 욕망을 채우려드는 ‘탐욕’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상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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